부모님을 생각하며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20년 이상 복역한 사람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들까지 초청된 특별 행사였습니다.
오랫동안 가족과 격리되었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감옥에 갇혀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그날 잔치는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줄다리기를 할 때도, 얼마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출발 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되었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 신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온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없었습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눈가에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축 쳐진 등이 안쓰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는 아버지...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니 서로가 골인 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는 이상한 경주였습니다. 그것은 결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레이스였습니다. 그들이 원한 것은 일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부모님과 함께 있는 시간을 단 일초라도 연장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한국에 떨어져 계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죄수들과 저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이 먼저 돌아가셨거나, 멀리 떨어져 살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느끼게 되는 어리석은 존재들이 바로 우리 자식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매일 부모님께 문안드리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